어릴 적부터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주입해서 들었다.
부모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 생긴다”, “선생님, 어른들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라”,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이야기다” 등등.
아마 성장기에 접한 여러 아이들이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지금도 자라고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이와 같은 꼰대스러운 분위기의 문장들이 현대에 용인이 되고 있지 않아서 해당 목소리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어딘가에는 다소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image시대가 변하면서 더욱이 어른 공경은 없어지는 추세이고, 아이들은 더욱 어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나라가 현재 가장 저점이지 않나 싶다.
근데 세상을 둘러보면 부모 말 잘 들어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빈도보다 “부모 말을 안 들어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케이스가 훨씬 더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은 말할 것도 없으며, 최근 20대 조만장자 루시 구오 등 다수 볼 수 있다.
이러한 서사들이 늘어나는 것도 지금 새싹들에게는 많은 정서적 자극을 주기도 한다.

image어른들의 말들이 점점 힘을 잃어 가는 요인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위와 같은 성공한 사람들의 자립적인 선례
  2. 어른들의 내로남불
  3. 경제적인 요인
  4.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성공 직원
  5. 자아와 행복보다는 성공을 추구하는 문화

이 밖에도 다른 요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윗세대에 불만이 많은 기성세대가 작성한 글처럼 보일 텐데 그렇지 않다.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어른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분명 좋은 어른의 사례는 존재한다.
우리나라 화폐를 대표하는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그 예다.

image다만 누구나 알다시피 신사임당은 보통의 어른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한 수준으로 학문과 예술, 자녀 교육까지 탁월했던 사람이기에, “저런 사람이 있으니까 어른 말은 다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런 비범한 사례가 있으면 있을수록, 평범한 어른들과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사실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혹은 단순한 자아실현의 일환으로, 후배나 동생들에게 쓸데없는 영웅담만 늘어놓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게 선배들이 먼저 출발했다는 이유로 권력형 권위를 활용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리니, 이런 선례들을 학습한 요즘 시대에 피로감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image요즘은 미디어가 워낙 발달해서 조금만 서로가 이야기를 공유하다 보면 “너도?”, “나도?” 하며 생각보다 심심찮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잘못들을 저지르며 살아간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며 인류가 배우고 성장하고 다음 세대들은 좀 더 성숙한 면모를 보일 수는 있지만, 사람들은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른이 될 새싹들 또한 이러한 행위에서 자유롭다고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신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겸손한 자세들이 필요하며, 이는 요즘 트렌드처럼 널리 퍼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또 지나친 겸손은 가끔은 또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니 적당한 겸손과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배울 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타인을 우선 깔아보며 자신을 어필하기 바빴다.
그런 문화가 지속될수록 인간관계는 무의미해지며 서로의 관계는 경쟁만을 위한 존재로 남게 된다.
협력과 성장을 같이할 파트너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나 잘났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내 자신 혹은 많은 사람들을 보라.
혼자 쓸쓸히 방 안에 있을 때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밖에서 이런 허망한 마음을 풀려고 타인을 붙잡고 “날 좀 알아봐 줘” 몸부림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image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본래 무지한 존재이며, 여러 일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성장해 나간다. 누구에게나 그런 과정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장통을 겪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겨낼 수 있다면, 나중에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많은 상처를 주거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기억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괴로운 형태의 상처 자국으로 뇌리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수치심 때문에 움츠러들거나,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속인 채 용서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무르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드러낸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많은 어른들이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젊은 친구들이 이러한 모습을 미리 이해한다면 미래를 설계하거나, 지금의 자신을 가꾸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면 “그렇다면 인생 선배들의 말은 모두 무시하고 그냥 내 방식대로 살면 되는 것인가?”라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핵심은 모든 인생 선배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골라 듣는 것이다. 나 역시 걸러 들어야 할 말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말을 구분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탐구하고 배우며 책을 가까이하는 어른들의 말은 가능한 한 많이 새겨듣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단순한 자랑거리로 늘어놓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서는 이렇게 판단했지만, 지금은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그저 앞만 보고 자신의 인생만 살아온 사람들에게서는 큰 가르침을 얻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자신만의 편협한 세계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잘못된 생각이나 사실을 믿으며 살아가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쉽게 반박되기도 하고, 책에 담긴 내용 몇 줄만 인용해도 논리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어른들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식의 말이다.

비유하자면, 자신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시대의 구조 속에서 하나의 부품이 되어 NPC처럼 살아온 경험을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의 말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현재 흘러가는 판에서 자신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며, 그 구조를 직접 설계하거나 변화시켜 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야기는 단순한 경험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경험을 내 현재 상황과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배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응용적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고가 부족한 어른들이 흔히 하는 잘못된 말 중 하나가 “고생하면 부자가 된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고생한다고 반드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부류는 운 좋게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과거에 성공했다고 해서 당시의 성공 공식이 지금도 그대로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그 사람의 과거 성공만 볼 것이 아니라, 가장 최근의 업력과 현재의 가치관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그 조언을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오히려 큰 고생을 하지 않고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다.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네트워크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린 상태에서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생 자체가 성공의 조건인 것이 아니라, 어떤 흐름에 올라탔는지가 훨씬 크게 작용할 때가 많다. 더 나아가 성공이라는 것이 반드시 모든 개인에게 필요한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살아가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다움’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image중요한 것은 고생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어떤 흐름에 올라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며,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끈기가 더해져야 한다.

그러니 아무런 맥락도 없이 그저 “고생하라”고 외치는 어른은 피하는 편이 좋다. 그런 사람들은 당신의 성장을 바란다기보다, 자신을 위해 당신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싶은 마음이 더 클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인생 선배들의 말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도, 무조건 따를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왔는지, 지금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타인을 통제하는 권력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말을 걸러 듣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 기준만 명확하다면 좋은 어른의 말은 여전히 충분히 귀하다.

오늘도 떠오르는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 보았다.

이러한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계속 글을 써 나갈 생각이다.